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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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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학철 미술비평문: 시대와 역사를 그리는 거장의 예술세계
- 신학철은 한국 현대미술, 더 깊이 들어가면 역사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라 할 수 있다. 그의 작품은 한국 사회의 격동적인 근대사와 현대사 그리고 광주를 보다 깊이 있게 화면에 담아내며 시대를 살아가는 민중의 삶과 정서를 대변해왔다.광주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신학철_시대의 몽타주》 전시는 그의 방대한 작품 세계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이번 회고전은 그의 60여 년의 예술적 여정을 돌아보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 그의 독창적인 미학을 통해 예술의 본질과 사회적 역할을 되새길 수 있는 자리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시대의 몽타주 신학철의 예술세계는 시대적 메시지를 담아내는 동시에, 역사적 사건과 개인의 삶을 독창적으로 형상화한다는 점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그는 1960년대 아방가르드(Avant-garde) 예술 운동과의 깊은 연관을 가지며 자신의 독창적인 미학을 발전시켰다. 아방가르드란 기존의 전통적 예술형식을 거부하고, 새로운 시각적 언어와 표현방식을 탐구하는 운동을 의미한다. 신학철은 이를 한국적 상황과 결합시켜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한 것이다.*신학철, 정물, 1965, 캔버스에 유채, 91.3x67.8, 서울시립미술관 소장그의 초기 작업은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의 일원으로서 실험미술에 몰두하며 시작되었다. 당시 그는 다양한 매체와 형식을 통해 전통적 미술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시도를 감행했다. 사진, 콜라주, 오브제 등 다양한 기법을 활용해 산업사회와 소비사회의 물질적 숭배를 날카롭게 비판하며, 현대미술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때의 경험들이 오늘날까지 그의 작품에 큰 밑거름이 되고 있다.1980년대 민중미술 운동을 주도하고, 21세기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식적 실험을 통해 지속적으로 작품 세계를 확장해왔다. 그의 작품은 과거와 현재를 시공간적으로 분할하고 이를 하나의 몽타주로 재구성하는 독창적인 기법을 통해 현대사회의 모순과 인간의 복잡한 내면을 예리하게 드러내고 있다.이런 작업을 위해서는 수많은 자료수집이 필요했을 것이다. 근대사와 현대사에 등장하는 각종 사진들을 수집하고 분류하는 한국사적인 관점의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이들 사진을 포토몽타주 기법으로 스케치하고 캔버스에 그리는 방식으로 하였으니 그의 작업과정은 힘든 노동과도 같았을 것이다.이번 전시는 크게 세 가지 섹션으로 나뉘어 그의 작품세계를 시대순으로 탐구했다. 첫 번째 섹션인 ‘해체와 재구성의 신체 몽타주’에서는 그의 초기 작품을 집중 조명한다. 이 시기 작품들은 아방가르드 미술의 영향을 받으며 사회적 현실을 탐구하는 독특한 포토몽타주 기법으로 구성되어 있다. 초기 작품에서부터 우리는 신학철이 시대를 바라보는 시각과 그의 예술적 고민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시대적 현실을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분해하고 새로운 의미로 재구성함으로써 독창적인 시각적 언어를 창조했다.*신학철, 변신 3, 1980, 패널, 종이에 유채, 잡지, 콜라주, 43×39, 국립현대미술관예를 들어, 그의 대표작 <변신> 시리즈는 소비사회와 물질주의의 부조리를 비판하며, 일상 사물을 콜라주 형태로 변형하여 작품에 담았다. 이러한 작업은 단순히 기존의 재료를 사용하는 것을 넘어, 그것이 지닌 의미를 새롭게 탐구하고, 관람자에게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제공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두 번째 섹션 ‘망각된 역사의 소환’은 과거의 역사와 현재를 연결하며, 한국 근현대사의 주요 순간들을 작품 속에 담아내고 있다. 특히, 이 섹션은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한국사회의 모습을 비판적 시각으로 탐구한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한국근대사-종합>은 한국의 분단 현실과 소비문화의 병폐를 강렬하게 표현한 작품으로, 관람객에게 시대의 상흔을 되새길 기회를 제공한다.세 번째 섹션 ‘시대를 위한 기념비’에서는 개인의 삶을 조명하며 그들의 서사를 시대적 맥락 속에서 탐구한다. 그는 노동자, 농민, 중산층 등 다양한 계층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작품을 통해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특히 <갑돌이와 갑순이>(1998-2002)는 그의 작품 세계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보여주는 대작이다. 한국 현대사의 굴곡진 흐름 속에서 개인의 삶과 경험을 대서사적 맥락으로 승화시킨 이 작품은 무려 2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화면이 보는 이를 압도한다.이 작품은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시골에서 도시로 이주한 갑돌이와 갑순이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는 한국 사회의 근대화와 산업화 과정 속에서 개개인이 겪는 삶의 변화를 생생히 그려낸 작품이다.이 작품은 단순히 한 쌍의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한 수많은 한국인의 집단적 경험을 상징한다. 갑돌이와 갑순이라는 이름은 한국 민중문학과 대중가요에서 자주 등장하는 평범한 이름으로, 그 자체가 익명의 다수를 대변하는 상징적 역할을 한다. 그래도 알만한 얼굴들이 보인다. 전두환 원동석 백기완 박광태 권인숙 이건희 정주영 김우중 등이 보이고 작가 신학철과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도 있다. 한국 사회와 민중의 삶을 조명한 작품들 신학철의 작품은 단순히 예술적 표현을 넘어 사회적 실천의 의미를 지닌다. 그는 격동의 시대 속에서 서민들의 삶과 이상을 예술적으로 형상화하며, 민중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참여적 미술을 선보였다. 그의 작업은 민중미술과 서민미술이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발전해왔으며, 이는 그가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신학철, 모내기, 캔버스에 유채, 162.1 × 112.1cm, 1987(1993 재작업), 개인소장그는 아방가르드 예술이 단순한 미학적 혁신이 아니라, 사회적 현실에 대한 비판과 개입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의 대표작 <모내기>는 이를 잘 보여주는 예다. 이 작품은 한국 농촌의 현실을 담아내는 동시에, 도시 소비문화와 군사무기의 폐해를 비판적으로 다루며, 예술을 통한 사회적 실천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이러한 작품은 예술의 표현적 가능성을 확장하는 동시에, 그 자체로 강력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한다.또한, <한국현대사-초혼>(1993)은 한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 중 하나인 5·18 민주화운동을 기리며 제작된 작품으로, 그의 예술세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이 작품은 한국사의 굴곡진 여정을 반영하며, 민중의 항쟁과 희생을 예술적 언어로 형상화한 대표작이다.작품 제목 ‘초혼(招魂)’은 영혼을 불러들여 위로하고 기리는 의식을 의미한다. 이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중심 주제로, 억울하게 희생된 이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동시에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음을 기억하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작품의 중앙에는 피투성이로 일그러진 시신의 형상이 강조되어 있다. 이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희생된 익명의 청년들을 상징하며, 억압적인 역사적 상황 속에서 희생된 이들의 고통을 시각적으로 전달한다. 이 작품은 신학철이 중요하게 다룬 주제 중 하나인 ‘개인의 서사를 통한 역사적 재해석’을 잘 보여준다. 그는 거대한 사회적 담론이나 국가적 서사를 넘어, 개인의 경험과 서사를 통해 역사를 조명하려 했다.작품에서 등장하는 희생자들의 얼굴은 극사실적으로 묘사되었으며, 각 인물의 감정이 세밀히 드러나 보인다. 이러한 묘사는 희생자들이 단순히 역사적 사건의 일부로 소비되지 않고, 그들 각자가 살아 숨 쉬던 개인적 존재였음을 강조한 것이라 여겨진다. 시대를 초월한 상징성과 독창성 신학철의 작품 세계는 그가 사용하는 상징성과 독창적인 기법을 통해 더욱 깊은 인상을 남긴다. 그는 포토몽타주, 콜라주, 사실주의 등 다양한 기법을 활용하여 시대의 단면을 형상화하며, 관람객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의 작품은 단순히 시각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을 넘어, 관람자와의 소통과 교감을 목표로 한다. 특히, 그의 대표작 <한국근대사> 연작은 한국 근현대사의 비극적이고 억압적인 측면을 그로테스크한 형식으로 표현하며, 관람객으로 하여금 역사를 성찰하게 한다. 이러한 작품들은 단순히 역사적 사건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해체하고 재구성하여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기둥 형식으로 하늘로 치솟는 전개방식은 보는 이에게 변화의 과정을 실감케 만든다.그의 작품은 시대적 메시지와 비판적 시각을 담고 있지만, 때로는 지나치게 구체적인 상징과 과도한 설명으로 인해 작품의 해석 여지가 제한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그의 대표작인 <모내기>와 같은 작품은 분명히 강렬한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으나, 그러한 명료함이 관객의 상상력을 억압할 가능성도 있다.또한, 그의 <한국근대사> 작업은 민중의 삶을 조명하며 현실을 비판하지만, 예술적 실험과 사회적 메시지의 균형이 때로는 무게를 잃는 듯 하는 경우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제한점은 그가 예술을 통해 사회적 실천을 강조한 점에서 오히려 그의 작품이 가지는 독창성을 부각시키는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어떻든 그의 예술세계는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독보적인 가치를 지니며, 그의 작품은 시대적 메시지를 담아내는 동시에 인간의 복잡한 내면을 조명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그의 예술적 유산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기회로, 관람객에게 과거를 통해 현재를 성찰하고 미래를 향한 희망을 모색하는 계기를 제공한다.그의 작품은 단순한 시각적 경험을 넘어, 한국 현대사의 아픔과 인간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며, 예술이 가지는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다시금 상기시킨다. 그는 과거의 상흔을 예술로 치유하며, 시대를 초월한 예술적 통찰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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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필용 미술비평문: 역사의 굴곡과 땅과 물의 상징
- 송필용 작가는 한국의 비극적 현대사를 중심으로 민중의 삶과 역사를 탐구하며 독창적인 조형 언어를 구축해 온 예술가다. 그의 작품은 땅에서 물로 이어지는 상징적 전환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과 희망, 치유의 메시지를 전달한다.미술비평적 관점에서 그의 작업은 한국 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시대적 맥락 속에서 독자적인 시각 언어를 창출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추가로 동시대적인 관심에 대한 작가적 시각을 더욱 확장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본다. 초기작: 땅의 역사와 민중의 삶송필용의 초기작들은 한국 근현대사의 주요 사건과 민중의 삶을 묘사하며, 전라도 지역의 토착적 풍경과 문화를 중심으로 한 작품들이다.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땅의 역사>(1987)는 동학농민혁명부터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 이르기까지 전라도민이 겪은 비운의 역사를 시간순으로 기록한 대작이다. 전남대학교의 당산나무와 화순 운주사의 와불, 황폐한 토양을 통해 민중의 고통을 은유하면서도, 도시의 야경 속 어린이의 모습에서 희망을 암시한다. 이 작품은 민중의 애환과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작가의 소망을 강렬하게 전달한다.작가는 전라도 풍경과 그 속의 민초들의 삶을 주제로 작업하며, <동학>(1990)에서 어머니의 모습을 사실적이고 진솔하게 담아냈다. 이 작품은 전통적 색채와 향토적 정서를 통해 땅과 민중의 깊은 연관성을 드러낸다.<땅의 역사 - 백아산>(1995)은 한국전쟁 시기 화순 백아산에서 벌어진 비극적 사건들을 중후한 색채와 거친 질감으로 표현했다. 이 작품은 냉전 시대의 이념적 갈등과 민중의 고통을 상징하며, 비운의 역사를 깊이 성찰한다. 전환기: 물의 형상과 역사적 상징1990년대 이후 송필용의 작업은 ‘땅’에서 ‘물’로 상징적 변화를 이루며, 한국적 자연과 역사적 상처를 동시에 담아내는 작품들로 확장되었다.남도의 자연과 수묵화적 기법을 활용한 <역사가 흐르는 강>(2001)은 담양 누정과 무등산 원효계곡의 물줄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는 조선 문인들의 정신과 남도의 정취를 담아내며, 자연과 역사의 상호작용을 보여준다.금강산 폭포의 청아한 옥빛 담수를 묘사한 <금강옥류>(2020)는 우리 산하가 품은 숭고한 에너지와 역사의 흐름을 형상화했다. 금강산 폭포에서 얻은 영감은 작가의 사회적, 역사적 인식을 확장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며, 자연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강렬하게 드러낸다.<구룡폭포>(1999)는 물의 장엄한 에너지를 겸재 정선의 폭포 그림처럼 단순화된 형상으로 표현하며, 김수영의 시 ‘폭포’와 연결된다. 물은 역사적 상처와 치유를 상징하며, 강인한 생명력과 에너지를 암시한다. 근작: 물의 사유와 치유의 메시지2000년대 이후 송필용의 작품은 역사적 서사를 물로 형상화하며 상처와 치유, 희망을 담은 철학적 성찰을 보여준다.<물 시리즈>(1999~현재)는 김수영의 시 ‘폭포’와 민중의 삶에서 얻은 영감을 기반으로, 물의 흐름과 속성을 통해 인간과 역사, 생명력을 형상화했다. 이 작품들은 땅에서 물로 상징적 전환을 이루며, 초기작에서의 사실적 재현을 넘어 추상적이고 함축적인 표현으로 발전했다.<역사의 흐름>(2022)은 빗물이 모여 강을 이루듯 개개인의 역사적 사명이 모여 올바른 역사를 이룬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흰 물줄기를 강조하며 치유와 정화, 희망을 상징하는 이 작품은 송필용의 조형적 언어가 극대화된 결과물이다.<역사의 샘-5.18 민주광장>(2020)은 5.18 민주화운동 현장이었던 전남도청 앞 분수대의 현재 모습을 쏟아져 내리는 물방울들로 표현해했다. <새벽-붉게 물든 정화수>(1987)와 대조적인 의미를 담아 핏빛으로 물들었던 광주가 시간이 지나 민주, 인권, 평화를 상징하는 장소가 되었다는 것을 상징했다.물과 역사의 상징성과 비평적 조언송필용 작가의 작품에서 ‘물’은 단순한 자연의 요소를 넘어 역사, 민중, 인간의 생명력을 담아내는 상징적 매개체로 기능한다. 물은 끊임없이 흐르며 생명력을 유지하는 자연의 속성을 지닌 동시에, 인간과 역사, 그리고 사회적 변화의 과정을 비유적으로 표현한다.그는 초기작에서 땅과 민중의 삶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며 현실의 고통과 희망을 그려냈다면, 이후 물을 중심으로 한 작업에서는 역사의 상처를 치유하고 미래를 향한 희망의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전달한다.<물 시리즈>와 <역사의 흐름>에서 송필용은 흐르는 물을 통해 민중의 삶과 역사의 상호작용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했다. 물의 속성은 상처와 치유, 정화, 희망을 담아내는 동시에, 강인한 생명력과 역사의 지속성을 상징한다. 특히, 김수영의 시 ‘폭포’에서 영감을 받아 재현된 물줄기는 역사의 흐름 속에서 인간의 의지와 강인함을 드러낸다.그는 이처럼 역사의 본질과 인간의 생명력을 탐구하며, 비가시적인 관념적 대상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했다. 이는 그의 작품이 단순한 회화적 성취를 넘어, 역사적 성찰과 철학적 깊이를 지닌 예술적 작업으로 평가받는 이유다.송필용의 물은 자연, 인간, 역사가 하나로 융합되는 경지의 은유로, 과거의 고통을 극복하고 미래의 희망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의 작업은 단순히 미적인 성취를 넘어 철학적 깊이를 담고 있다. 따라서 역사적 서사와 철학적 사유를 통합하며, 한국 미술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그의 작업은 개인과 공동체, 현실과 이상, 과거와 미래를 잇는 강렬한 예술적 다리를 구축한다. 비가시적인 역사의 본질을 시각적으로 탐구하는 독창적인 조형 언어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다만 송필용 작가의 작품은 강렬한 상징성과 철학적 깊이를 지니고 있지만, 관객의 해석을 돕기 위해 상징을 보다 명확하게 전달할 방법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든다면 필자의 생각일 수 있지만, 물이라는 상징적 주제가 가진 보편성과 추상성을 보완하기 위해 텍스트나 설치 미디어 같은 새로운 매체를 결합해 작품의 메시지를 보다 다층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또한, 작가의 조형 언어는 과거의 역사적 맥락에 뿌리를 두고 있으나, 동시대적 관점에서 물의 의미를 확장하는 시도가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물은 생태 위기, 환경 문제와 연결될 수 있는 중요한 소재다. 이러한 시각을 추가한다면, 작품이 현재와 미래의 담론에 더욱 깊이 개입할 수 있을 것이다.송필용의 작업은 역사의 상처를 치유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희망을 전달하는 데 있어 강력한 메시지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의 예술적 성과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 상징의 확장성과 동시대성을 고려한 실험적 접근이 병행된다면, 작가의 작업은 더욱 폭넓은 공감과 새로운 담론을 이끌어낼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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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격 시대가 오다
-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의 소설인 ‘소년이 온다’는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계엄군의 폭력과 그로 인해 희생된 시민들의 이야기를 여러 등장인물의 눈을 통해 그리고 있다. 한강이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5.18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새롭게 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5.18이 노벨상을 받았다’라고 다소 과잉 반응을 보이고도 있고, 또 다른 극히 일부에서는 소설의 내용이 역사적 사실과 다르다며 볼멘소리하고 있다.한강의 작품에서 계엄군이 비무장 시민을 학살한 것으로 묘사된 부분에 대해, 역사적 사건과의 괴리를 지적하는 목소리에 대해서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소설은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했다고 해도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나열하는 것을 넘어서 작가의 감정, 상상력, 세계관, 그리고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내는 매개체라는 점이다. ‘소년이 온다’는 5.18이라는 역사적 사건에 대한 작가의 개인적이고 문학적인 해석을 통해 독자들에게 더 깊은 감정을 끌어내고, 그로 인해 사건의 본질적인 아픔을 전달하고 있다. 소설은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했다고 해서 그 내용이 반드시 사실과 일치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특히 한강은 작품을 통해 잔혹한 현실을 마주하고, 아픔을 겪었던 이들에게 목소리를 주려 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스웨덴 한림원의 평에 따르면, '소년이 온다’는 ‘역사적 트라우마를 직시하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며, 증언 문학이라는 장르에 접근하고 있다’라고 언급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역사적 사실의 재현이 아니라, 그 역사적 상처를 보듬은 화해와 이해의 과정으로 나아가기 위한 메시지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또한, 소설을 통해 불러일으키는 감정이나 반향은 독자의 해석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한강의 작품은 그 자체로 강렬한 감정적 울림을 주며, 이를 통해 독자들에게 역사적 사건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힘을 안겨 준다. 따라서, 역사적 사실과 소설의 소소한 차이점은 예술적 창작의 상상력을 통해 충분히 용납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피카소는 일생을 통해서 새로운 미술 세계를 탐험한 위대한 화가였다. 그가 남긴 수많은 그림 중에서 전쟁과 관련한 것으로 ‘게르니카’, ‘한국에서의 학살’이 있다. 이 작품들도 당시 전쟁의 실제 상황과 다르다는 비판이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 미술작품의 가치가 훼손되는 것은 아니다. 그림도 소설처럼 작가의 세계관, 미학, 의중을 표현한다.소설은 단순히 과거의 사건을 기록하는 것이 아닌, 그 사건을 겪은 이들의 내면과 시대의 아픔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허구로 만들어진 진실이다. 문학의 힘은 그러한 이해와 공감을 촉진하는 데 있어 인류 보편적 가치를 드러내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소년이 온다’가 5.18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특정 지역에서 일어난 사건을 넘어서 현재도 벌어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충돌에서도 작가 한강이 직시한 5.18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한강은 한국 문학계는 물론 온 국민이 목마르게 간절히 바랐던 노벨문학상을 수상함으로써 한국문학을 세계문학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충분히 축하하고 기뻐할 국가적 경사다. 작가는 수상 기념 기자회견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일어나 죽음들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고 기자회견을 하겠느냐’고 했다고 한다. 사려 깊고 큰 작가정신의 발로로 보인다.우리가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노벨문학상 수상을 마라톤 선수의 우승처럼 생각지 말라는 것이다. 문학은 육체의 능력을 겨루는 올림픽 스포츠와 다르게 인간 정신을 표현한다. 한국에 다른 뛰어난 작가들도 있다는 것을 함께 기억했으면 싶다. 노벨문학상 수상에는 지난 10여 년 동안 세계를 휩쓴 한류 즉, k-팝, k-드라마, k-푸드 같은 한국 문화가 세계인들의 지지를 받아온 한국의 위상도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다고 본다. 한국은 지난 한 세대에 88올림픽, 2002한일월드컵, 세계 선진국가 진입 등 세계의 선두 대열에 올라서는 거인의 발걸음을 디뎠으며, 이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배출로 일찍이 시인 타고르가 말한 대로 세계문화의 발신지로서 동방의 등불을 높이 들게 되었다. 감격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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